안녕하세요. 현재 유학중이라 대면 상담을 못해서 온라인으로 질문드려요.
저는 곧 졸업하는 고3 학생입니다. 저는 원래 나름 엘리트라면 엘리트의 길을 걸었습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대학부설 영재교육원을 다니며 중학생때는 유학의 길에 올랐습니다.
고등학교때부터 유명 국제학교를 다니며 학업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또 사교적으로도 좋은 성과를 일구었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아버지가 같은 집에 살게 되면서 어머니와 아버지의 갈등이 시작되었습니다. 시작은 제 대학 이야기부터였습니다.
저는 이미 중학생때부터 부모님과 상담하며 또 대학은 다른 나라로 진학(유학)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현재 살고있는 나라에 오고, 그게 진심이었냐며, 제가 걱정된다며 또다른 나라로의 유학은 반대하셨습니다. 저도 부모님과 떨어지기 싫었기에 그 이유로 유학을 접고, 현재 살고있는 나라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하기로 했습니다. 이미 대학 지원 시기는 거의 끝났고, 학과도 상관없는 하향 1 상향 1밖에 넣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뒤로 부모님 갈등이 심해지고, 어머니는 항상 아버지 욕만 하십니다. 그만하라고도 할 수 없어요. 아버지가 어머니께 좀 잘 못하십니다. 근데 또 막상 아버지를 탓할수만 없는게, 어머니가 좀 날카로우시고 아버지가 공황장애가 있으셔서 어찌 할 도리가 없습니다. 그로 인한 스트레스인지, 그저 지망 대학교가 없어져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성적은 조금씩 떨어졌고 그 해 친할머니께서도 돌아가셔서 복합적인 감정이 저를 대신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선생님께서도 안심하셨던 하향대학도 떨어지고 대입 시험을 망쳐서 상향은 기대도 하지 않고있습니다. 부모님께 너무 죄송한 마음이 들고 쪽팔립니다.
아마 재수를 할 것 같은데 아무런 의욕도 생기지 않고, 제 원래의 꿈도 다 잊고 현실을 놓으며 화려했던 과거에만 살고있습니다. 제가 이 글 머리에 초등학교시절을 묘사했던것도 이것 때문이겠죠. 딱히 우울감을 느끼진 않지만 뭔가 이루 말할수 없는 감정이 제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가끔 제 생각과 제 몸이 분리되는 느낌도 받고, 숨이 멈춘 느낌을 받습니다. 심장도 두근두근 빨리 뛰고요. 유학중이라 병원가기가 쉬운것도 아니고, 모르겠습니다. 요즘 부쩍 눈물도 늘고 어딘가가 아픈것 같은데 어디가 아픈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의욕이 없는게 이상해서, 책상도 치우고 새해계획, 플래너도 작성하고 있지만 의욕이 생기지 않습니다. 왜이럴까요. 저는 분명 항상 최선을 다하고 최상의 결과를 냈는데 이렇게 매일 한심하게 책상 앞에 앉아만, 드라마만 보고있으니 너무 짜증납니다. 또 최근엔 소음에 민감해져서 어떻게 해야할 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어머니께도 이런 얘기를 못하겠고 아버지랑은 친하지도 않아서 어렵네요. 글이 많이 길어져서 죄송합니다...
==================== 답 변 ====================
안녕하세요, 인천심리상담 "마음애심리상담센터" 입니다.
그동안 학업적으로, 사교적으로 훌륭한 성과를 이루며 자신에게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왔던 자신이 지금은 마음과 몸이 모두 지쳐버린 상태로 느껴질 때, 얼마나 괴롭고 낯설게 느껴질지 공감됩니다. 특히 부모님 간의 갈등, 대입 실패, 그리고 할머니의 별세까지 여러 사건이 한꺼번에 겹쳐진 상황에서 감정적으로 큰 부담을 느끼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부모님의 갈등은 자녀로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부모님께서 각자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당신이 그 중간에서 너무 많은 책임을 느끼고 감정을 소모하고 있는 듯합니다. 부모님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조금은 벗어나도 괜찮습니다. "내가 부모님의 갈등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나 자신을 돌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대입 실패는 누구에게나 큰 충격과 좌절감을 안겨줄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실패는 그 자체로 끝이 아니며, 앞으로의 방향을 새롭게 설정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번 실패가 자신의 가치를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과거에 이루었던 성과들은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온 귀중한 경험이며, 이 실패 역시 성장 과정에서 하나의 발판이 될 수 있습니다. 스스로를 “한심하다”거나 “짜증난다”고 몰아붙이기보다는, “나는 지금 잠시 쉬어가는 과정에 있다”라고 생각하며 여유를 가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무기력함과 소음에 민감해진 상태, 눈물이 늘어난 것은 마음과 몸이 과도한 스트레스를 겪으며 자신에게 보내는 신호일 가능성이 큽니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숨이 막히는 느낌은 불안감의 신체적 표현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될 때는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짧게라도 명상이나 심호흡을 하며 몸과 마음을 안정시키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하루에 몇 분이라도 스스로를 위한 시간을 가지며,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활동을 시도해보세요. 좋아했던 취미나 단순한 산책처럼 부담 없는 활동도 좋은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새해 계획과 플래너를 작성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나아지려는 마음이 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에서는 큰 변화를 기대하기보다는, 아주 작은 목표부터 시작해보세요. 예를 들어, 하루에 책 한 장 읽기, 간단한 정리정돈 등 사소한 일도 괜찮습니다. 이런 작은 성취가 쌓이면 점차 자신감과 의욕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에게 솔직히 이야기하기 어렵다면, 학교의 상담 선생님이나 신뢰할 수 있는 친구, 혹은 다른 가족에게 먼저 털어놓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하려 하기보다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와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현재 유학 중이라 병원에 가는 것이 어렵다고 했지만, 정신 건강과 관련된 원격 상담이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학교나 지역 사회에서 제공하는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알아보고, 필요한 도움을 요청하세요. 이런 과정을 통해 감정을 정리하고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지금의 어려움은 결코 영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힘내기시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